제주, 사라오름 오르기
사라오름 등반. 성판악에서 출발 왕복 4시간 정도
산행치고는 무난한 코스이나 등산화나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는 필수인 곳.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다소 지루한 산행길이나
사라오름의 산정호수와 전망대 풍광만으로도 꼭 한번은 가볼만한 곳.
같이 가도 좋고, 혼자 음악을 들으며 가도 좋고
성판악에서 사라오름 오르는 길은 그리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계단도 있고
계곡을 건네주는 작은 다리도 있고
밀림같은 숲이 빛을 가리기도 하고
시원시원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숲이 있고
너도 꼿꼿함을 가지라는 듯 가르침을 주는 길을 통과하고
계속 걷다보면
한번쯤은 일행이 뒤돌아 본다. 동행이 있었다는 것을 문뜩 떠올렸을 듯.
속밭 대피소에서 물 한모금 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지 40여분...
그렇게 두시간을 오른 한라산 그곳에는 사라오름이 있었다.
한라산이 산만임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물을 담고 있는 사라오름 산정호수
호수를 끼고 돌아 올라가는 길, 이 뒤편에는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무언의 표지를 하는 듯,
어느 누구도 걸음을 거부하지 못한다.
길을 따라 전망대를 가다 잠시 뒤돌아보면,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아니 한라산이 나를 보고 있다.
누가 그랬다. 제주에 산다는 건 그저그냥 한라산에 빌붙어 사는 거라고.
사라오름 전망대에 서면, 멀리 바닷물을 피해 한라산에 빌붙어 사는 밭떼기, 집떼기들이 보인다.
산남쪽 한라산 자락은 부드럽다. 엄마처럼...
산북쪽 한라산 자락은 준엄하다. 내 아버지처럼...
여기서도 그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돌아가는 길,
산정호수는 그대로 하늘도 되고 땅도 되고, 그리고 구름도 담아버린다.
비가 오면 비를 담고, 눈이 오면 눈을 담듯이,
그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마음에 담긴다.
나서는 길에 돌아본 산정호수는 나비를 품고 있었다.
조만간 butterfly effect가 다시 나를 이리로 부를 듯 하다.
비가 왔다 -> 사라오름을 가야겠다.
사라오름은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오르는 등산로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마치, 무리하지 말라고.
백록담까지 무리하게 가지 말고 힘들면 여기서 돌아가도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